고향인 영동, 마침 집 근처에 부모님이 방문할 만한 건축물이 설계공모로 나왔다. 참가를 결정하면서 완공된 공간에 아버지가 친구들을 데리고 자랑하는 상상까지 했지만 2등으로 끝났다. 당선되지 않았을 때 으레 하는 여러 가정을 해보았지만 우리가 진행한 과정이나 선택한 결과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도 별로 없다.
대지는 여우가 받은 음식을 담은 호리병같이 생겼다. 입구가 좁고 너른 곳은 모두 막힌 대지 때문에 여러 조건이 충돌하고 있다. 너른 부분은 집입부에서 멀기 때문에 동선효율, 진입할 때 방향성, 정면성, 기존시설과의 연계, 전문적 시설, 민원과 주민이용공간에 대한 고려가 쉽게 되는 곳은 아니다. 호리병 목을 기준으로 초입에는 마당과 조경으로 경관을 조성하고, 안쪽 너른 공간에 연구공간을 조성했다. 공용공간을 남쪽 전면에 동서로 길게 둬서, 도로와 진입측에서 입면을 조성하고 별도 공간없이 본관과 새로운 시설을 잇는다. 어린이집과 민가와 이격해 차량동선은 북측으로 두고 짐을 부려야하는 공간들과 연계한다.
영동에는 색이 적다. 대부분 녹색인 틈에 회색이 있는 편이다. 교육청, 도서관, 우체국, 군청, 학교, 읍사무소시절 부터 행정복지센터가 된 지금까지 대부분 건물은 회색이다. 그리고 도로에서 한발 물러있는 대지엔 진한색이 필요하다. 그래서 녹색과 회색 사이에서 진한 붉은색을 가지게 했다.
공간은 남쪽 공용공간과 중정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눠져 있다. 공용공간은 남쪽에 길게 배치해서 동선을 연결하고 직사광을 그대로 유입해서 밝게 한다. 오픈랩은 중정과 천창으로 간접적으로 광을 유입시키게 된다.